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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법률 이야기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2019.10.28

 

 

 

현행 형사소송법은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에 대해 검사가 작성한 조서와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조서의 요건을 달리 정하고 있습니다.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 피고인이 수사 당시 진술한대로 적혀 있고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신문이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 법정에서 이를 증거로 채택할 수 있는 반면,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이 ‘내용을 인정’한 때에 증거로 할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형사소송법 조문을 보면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도 매우 엄격한 요건을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법정에서 증거능력이 부인되는 경우가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러하지 않습니다. 검사가 고문을 하거나 이에 준하는 방법으로 진술을 강요한 점(현재 이와 같은 방법으로 수사를 하는 검사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을 피고인이 소명하지 않는 이상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는 조서라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수사과정에서 조서를 작성한 이후에는 ‘수사과정확인서’를 작성하게 되는데 이 수사과정확인서는 ‘자신이 말한대로 조서에 적혀 있다’는 내용이어서 법정에 이르러 위와 같이 피고인의 서명·날인이 있는 수사과정확인서를 번복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실무상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부인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경우에는 ‘내용인정’ 즉 경찰에서 무엇이라 진술했건 조서에 적혀있는 내용이 사실이라는 피고인의 인정이 없는 이상 증거로 쓸 수 없고, 법정에서 범행을 부인하는 피고인이 조서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재판장에게 의견을 밝히기만 해도 그 증거능력이 상실됩니다. 이처럼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손쉽게 상실시킬 수 있으므로 무죄를 주장하는 피고인에 대한 재판에서 사법경찰관 작성 피의자신문조서가 증거로 쓰이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현행법과 같이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인정요건을 달리 정하고 그에 따라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만 법정에서 증거능력을 쉽게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 합당한지 많은 문제제기가 있었고, 수사권 조정을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인정요건을 변경하였습니다.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를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내용인정’이 필요하다고 규정하였고, 이는 현행법상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인정요건과 동일합니다. 따라서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면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 역시 현행법상 사법경찰관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와 마찬가지로 법정에서 피고인이 내용부인 즉 ‘조서에 적혀있는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라는 취지의 증거의견을 밝히기만 해도 그 증거능력이 없게 됩니다.

 


 

312(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조서 등)

312(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조서 등)

① 검사가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피고인이 진술한 내용과 동일하게 기재되어 있음이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여 인정되고그 조서에 기재된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

①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하여증거로 할 수 있다.

② 1항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그 조서의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는 경우에는 그 조서에 기재된 진술이 피고인이 진술한 내용과 동일하게 기재되어 있음이 영상녹화물이나 그 밖의 객관적인 방법에 의하여 증명되고그 조서에 기재된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

<삭 제>

③ ~ ⑥ (생 략)

③ ~ ⑥ (현행과 같음)

 

 


 

 


 

위와 같은 개정이 있을 경우 경찰, 검찰단계에서 피고인을 조사하면서 작성된 조서가 법원에 제출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것입니다. 무죄를 주장하는 피고인이라면 수사과정에 있는 자신의 진술이 적힌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해 내용부인할 것이고 나아가 공범들이 수사기관에 한 모든 진술에 대해서도 내용을 부인하는 방법으로 그 조서가 증거로 제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해야 하는 검사는 공개된 법정에서 피고인 및 그 공범들을 신문해야 하고 이 경우 피고인의 변호인에게는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되므로 현행법제하에서보다 공판단계에서의 신문이 매우 강화되고 법정에서 구두로 치열한 공방이 있을 것이 명약관화합니다.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이후에는 검사는 물론 피고인의 변호인으로 증인신문을 해야 하는 변호사도 신문의 기술을 연마할 필요성이 더욱 커질 것입니다.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에 관한 규정을 변경하였을 뿐이므로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1항이 정한 ‘조사자 증언’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현행법 하에서라면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부인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피고인을 수사단계에서 조사한 수사관이 증인으로 법정에서 진술할 필요성이 거의 없지만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에는 피고인이 수사단계에서 한 진술을 법정에 현출하기 위해 조사자 증언 제도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향후에는 피고인을 직접 수사했던 수사관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진술하고 피고인의 변호인은 수사관에 대한 반대신문을 진행하는 일이 자주 발생할 것입니다.

 

 

 

형사소송법 제316(전문의 진술)

피고인이 아닌 자(공소제기 전에 피고인을 피의자로 조사하였거나 그 조사에 참여하였던 자를 포함한다이하 이 조에서 같다)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이 피고인의 진술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인 때에는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하여 이를 증거로 할 수 있다.

 

 

 

국회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부여요건을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그것과 동일하게 한 취지는 피의자신문조서와 같은 진술증거가 아닌 객관적인 비진술증거를 확보하는 수사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피의자신문조서는 결국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진술을 문서의 형태로 정리한 것이므로 아무리 그 절차를 엄격하게 한다 해도 조서를 작성하는 수사기관의 주관성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고, 이는 조서를 작성하는 주체가 검사이건 사법경찰관이건 다르지 않습니다. 범죄에 대한 수사와 형벌의 부과라는 일련의 형사사법절차는 국가의 국민에 대한 강제력이 가장 강력히 발현되는 과정입니다. 따라서 형벌을 부과하는 근거가 되는, 형사법정에서 증거능력을 부여받는 증거는 ‘진술’이 아니라 객관적인 물증이어야 함이 원칙입니다. 


영미법계인 미국에는 수사기관이 작성하는 피의자신문조서라는 것 자체가 없고, 대륙법계인 독일은 수사기관이 작성한 조서를 피고인의 동의가 있거나 원진술자가 사망한 경우가 아닌한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검사 혹은 사법경찰관 등 수사기관은 ‘범죄수사에 있어 진술의 확보가 아니라 비진술증거를 수집하라’는 위와 같은 입법자의 결단을 존중하여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이후에는 수사시 비진술증거의 수집에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