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 이야기

생활법률 이야기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검찰의 직접수사

2020.01.04


법무부장관과 행정안전부장관은 2018. 6. 21.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을 공동발표했고, 국회는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이하 ‘사개특위’)를 구성하여 공수처 설치, 법원 개혁 관련 법안과 함께 수사권 조정을 위해 필요한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개정안을 심의하였습니다. 사개특위에서는 그간 제출된 법안의 내용에 더해 공청회, 소위원회 회의에서 제기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였고, 이와 같은 절차를 거쳐 형사소송법(의안번호 : 20030, 2019. 4. 26. 발의)은 채이배 의원이, 검찰청법(의안번호 : 16500, 2018. 11. 12. 발의)은 백혜련 의원이 각 발의하였습니다.

올해 5월 국회가 파행되는 우여곡절을 거쳐 위 두 법안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면서 검찰과 경찰 두 수사기관의 권한을 큰 폭으로 조정하는 법 개정이 목전에 다가왔습니다. 위 두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수사 및 공판 실무에 변화가 도래할 것이 명약관화합니다.
 
글쓴이는 사개특위에 참여한 국회의원실 정책비서관으로 근무하면서 특위 관련 실무를 맡아 위 각 법안의 성안에 관여하였고 신속처리안건 지정 이후 퇴직하였습니다. 또한 법률사무소 결에서 일하는 지금은 물론 의원실로 이직하기 이전에도 형사사건을 주업무로 하는 변호사였습니다. 이와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수사권 조정관 관련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고 이로 인해 발생할 실무의 향후 변화를 예측해보고자 합니다.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를 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 ② 경찰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하여 범한 범죄, ③ 위증과 무고 등 범죄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현행

개정안

4(검사의 직무)

①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다음 각 호의 직무와 권한이 있다.

1. 범죄수사공소의 제기 및 그 유지에 필요한 사항

<단서 신설>

4(검사의 직무)

①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다음 각 호의 직무와 권한이 있다.

1. 범죄수사공소의 제기 및 그 유지에 필요한 사항다만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는 다음 각 목과 같다.

<신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패범죄경제범죄공직자범죄선거범죄방위사업범죄 등 중요범죄

<신설>

경찰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하여 범한 범죄

<신설>

가목나목의 범죄 및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와 관련하여 인지한 형법」 152154조부터 제156조까지 등의 범죄

 

검찰청법 개정안 제4조 제1항 제1호 나, 다목의 경우에는 어떤 범죄인지 명확하지만 가목의 경우에는 그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어 구체적으로 어떤 중요범죄에 관해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지 법률만 보아서는 알 수 없습니다. 아직 대통령령이 입안되지는 않았지만, 법무부장관과 행정안전부장관의 2018. 6. 21.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 별지를 통해 향후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중요범죄를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구분

영역

비고

부패범죄

뇌물알선수재배임수증재정치자금법 위반국고등 손실수뢰관련 부청 처사직권 남용범죄 수익 은닉

경제범죄

사기횡령배임조세범죄 등(기업·경제비리 등)

금융·증권범죄

사기적 부정거래시세조정미공개정보이용 등

인수합병비리파산·회생비리 등

선거범죄

공직선거범죄공공단체등위탁선거범죄각종 조합 선거범죄 등

기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위증증거인멸무고 등

방산비리

사법방해

 
 

검찰의 수사 개시가 허용되는 범죄 중 부패범죄, 선거범죄, 금융·증권범죄, 방산비리, 사법방해 범죄 등은 구체적으로 어떤 범죄일지 예측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경제범죄’의 경우 사기, 횡령, 배임 등 경제범죄 전체에 관하여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대통령령이 입안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수사권 조정은 검찰은 기소, 경찰은 수사를 전담하는 조직으로 재편하여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연 50 ~ 60만 건에 달하는 모든 재산범죄(재산범죄 발생건수 : 2015년 622,126건, 2016년 573,445건, 2017년 542,336건, 검찰청 「2018 범죄분석」) 에 대해 검찰의 수사 개시를 허용할 경우 위와 같은 수사권 조정의 목적에 어긋나게 됩니다. 피해액수에 하한을 두거나, 범죄주체가 특수한 경우이거나,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범죄 등으로 경제범죄 중 일부에 대해서만 검찰의 수사 개시가 허용될 것입니다.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위 중요범죄에 대해 경찰 역시 수사를 할 수 있습니다. 검찰청법 개정안은 검찰의 수사범위를 제한할 뿐이고 경찰이 범죄에 관해 수사를 개시하는 데는 아무런 제한이 없기 때문입니다. 현행법 하에서 동일한 범죄사실을 검찰과 경찰이 모두 수사할 경우 검사가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여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는 등의 방법으로 이를 해결하기 때문에 ‘경합’이라 부를만한 상황이 발생할 수 없지만,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규정한 현행법 제197조 제1항을 삭제하여 검사의 일방적인 수사지휘를 폐지하였습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검·경 사이에 수사경합이 발생할 경우, 원칙적으로 검사가 사법경찰관에게 사건을 송치할 것을 요구할 수 있지만 사법경찰관이 검사가 영장을 청구하기 전에 동일한 범죄사실에 대해 영장을 신청한 때에는 그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에 대해 계속 수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습니다.

 

 



영장에는 구속영장은 물론 압수수색영장도 포함되므로 어떤 형태로든 영장에 기해야 하는 강제수사에 착수한 경우 경찰은 해당 범죄사실을 계속 수사할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부패·경제·금융·선거범죄라 할지라도 경찰이 먼저 강제수사가 필요할 정도로 수사를 진행하였다면 경찰이 사건을 검찰로 송치하지 않고 계속해서 수사를 담당하게 될 것입니다.
 
 

국회에서의 논의 과정에서 법원은, 개정안과 같이 영장 청구·신청 시점의 선후에 따라 동일한 범죄사실을 계속 수사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하면 ‘검·경 등 수사기관이 영장 청구·신청을 남발할 수 있다’는 지적을 한 바 있습니다.

피의자의 변호인은 수사단계에서 굳이 강제수사의 필요성이 없는데도 수사권을 우선 확보하기 위해 검·경이 불필요한 영장을 청구·신청한 것은 아닌지 주시할 필요가 있고, 법원이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위와 같은 의견을 개진한 것은 앞으로 영장심사단계에서 수사권을 확보하기 위한 불필요한 영장청구가 아닌지를 살피겠다는 것인바 구속영장실질심사 등에 변호인으로 출석하거나 의견서를 제출할 경우 이 점을 주장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사법경찰관이 계속해서 수사를 할 수 있는 범위는 신청한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에 한정됩니다. 그러나 수사단계에서는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기 때문에 애초에 영장을 신청하면서 기재한 범죄사실 이외의 범죄사실에 대해서까지 수사가 확대될 수 있고 이러한 경우 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범죄사실을 사법경찰관이 수사하면서 수집한 증거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수집한 증거인지 의문이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 제197조의4 제2항은 검사로부터 송치요구를 받은 사법경찰관에게 지체없이 사건을 송치할 의무를 부과하면서도 단서에는 예외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 범죄사실을 사법경찰관이 송치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채 계속 수사하는 것은 위법한 수사일 수 있고, 이러한 위법 수사 과정에서 수집한 증거는 공판단계에서 그 증거능력이 부정될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피고인의 변호인이라면 공판 단계에서 위와 같은 점을 주장하여 증거능력을 다투어야 할 것이고, 사법경찰관은 강제수사가 개시된 범죄사실에 대해서만 수사를 진행하고 나머지 범죄사실에 대해서는 송치의무를 이행하는 등으로 법위반이 없도록 수사절차를 진행해야 할 것입니다.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각 개정안은 실무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이번에 다룬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 제한 이외에도 경찰의 수사종결권,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인정 요건 변화, 검사의 수사지휘권·영장청구권에 대한 제한 등에 관해 향후 연재될 ‘수사권 조정과 실무의 변화 시리즈’에서 살펴볼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