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 이야기

생활법률 이야기

'법률가를 위한 진술분석' 교육과정 후기 (1)

2020.02.27

 

실제로 어떠한 사실이 있었느냐가 재판과정에서 쉽게 드러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실제로 어떠한 일이 사실인지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고 재판은 입증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보통 CSI와 같은 수사물 드라마와 영화 등을 보면, 지문을 채취하거나 DNA를 분석하고 혈흔을 분석하는 등 물적증거로 사건이 해결되곤 합니다. 그래서 일반인들의 경우 물적증거가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사실은 수사 활동의 85%가 인적 증거 즉, 사람의 진술 등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의 진술을 어떻게 분석하느냐에 따라 재판의 승패가 갈리기도 합니다. 이러한 진술분석에 관한 교육과정에 법률사무소 결의 변호사들이 다녀왔습니다. 그 교육내용을 2회에 걸쳐 간략히 소개합니다.


2.jpg


납치범에게 아이를 납치당했다고 주장하는 엄마가 진술합니다. “아이들은 나의 희망이었어요”. 수사관은 이 진술을 듣고 그 엄마가 범인이라고 보고 철저한 수사를 진행한 결과 엄마가 범인이었음을 밝혀냅니다. 엄마의 위 발언은 과거형 “었”을 쓰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생사를 모르는 사람은 할 수 없는 발언, 사실은 아이가 사망하였다는 것을 암시하는 발언이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미묘한 언어의 사용에 진실이 숨어있다는 사실이 참 놀랍습니다.


3.jpg


진술분석 혹은 진술타당성 평가[SVA(Statement Validity Assessment)] 기법이란 진술의 신빙성평가 기법, 즉 진술의 진실을 탐지하는 기법을 말합니다. 이와 반대로 거짓을 탐지하는 기법들도 있는데, 그 종류로는 ‘폴리그래프 검사’, ‘행동분석’, ‘과학적내용분석(SCAN)’등이 그것입니다.

진실을 탐지하는 것과 거짓을 탐지하는 것은 서로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진실을 탐지한다는 것은 ‘진실’ 또는 ‘진실 아님’으로 판단이 되고, 거짓을 탐지한다는 것은 ‘거짓’ 또는 ‘거짓 아님’으로 판단이 됩니다. ‘진실 아님’은 반드시 거짓이라는 것은 아니고 마찬가지로 ‘거짓 아님’은 반드시 진실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SVA는 진실탐지방식으로서 진술 내에 실제 경험에 근거한 진술 특성들이 발견되는지를 평가합니다. SVA는 과학적 방법이기 때문에, 과학적 절차에 따라 진술의 진실성 여부를 분석합니다. 즉 진술이 실제 경험에 근거한 것인지를 분석하기 위해 ‘가설 설정’을 하고 이를 검증하기 하는 것입니다. SVA는 사람의 진술에서 거짓말을 찾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말이 진실이라면 어떤 진술 특성이 나와야하는지를 평가 도구들을 활용하여 찾아내는 것입니다. 그 평가 도구로서 CBCA와 RM 등의 준거를 사용합니다.(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설명합니다.)


4.jpg



많은 법률적 진술은 “조서”“진술서” 등의 형태로 존재하게 됩니다. 법률업무 종사자가 모든 진술인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들의 진술이 들어 있는 “조서”, “진술서” 등을 분석하여 그 진술의 진위여부를 가려내도록 노력하여야 합니다. 이때 도움이 되는 방법 중 하나가 이미지를 통한 심상훈련입니다.

사람이 직접 경험한 사실은 기억으로 저장되게 됩니다. 기억이란 무엇일까요? 예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게 되면 머릿속에 영화처럼 그림이 그려지게 됩니다. 이처럼 사람은 기억을 이미지로 저장하게 됩니다. 여기서 이 이미지는 ‘심상’이라고 하는데 감각기관에 대한 자극과 무관하게 마음속에서 떠오르는 영상을 의미합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과 같은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가 직접 경험한 일에 대한 기억은 머릿속의 영화와 같은 이미지로 남게 되는 것입니다(물론 모든 기억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직접 경험한 사람의 기억은 좀 더 감각적 언어 즉, 보고 듣고 만지고 냄새를 맡는 등 구체적인 생생한 언어로 표현이 되게 됩니다.


이와 반대로 경험하지 않은 꾸며진 이야기는 보다 개념적인 언어를 사용하게 됩니다. 개념적인 언어란 일례로 ‘못생겼다’를 들 수 있는데 이 말을 들었을 때 추상적인 이미지는 떠오를 수 있겠지만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지는 않습니다. 진술에 이러한 개념적인 언어만이 있다면 직접 경험한 사람의 진술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죠. 남자친구 혹은 여자친구에게 “어제 저녁 어땠어?”, “친구들이랑 잘 만나고 왔어?”고 물어보았을 때, 이렇게 개념적인 언어 “맛있었어”, “재밌었어”라는 말만 한다면 그 또는 그녀가 당신한테 말한 스케쥴과는 다른 스케쥴을 소화했을수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표현들이 거짓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의 기억은 구체적인 이미지뿐만 아니라 위와 같이 개념 정보로도 저장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 해당 정보의 출처가 실제 경험에 근거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추가 질문을 해야 합니다.

또한 이러한 이미지화를 통하여 진술자가 진술하고 있는 상황에 독자도 스스로 들어가 그런 상황이라면 어떤 일이 있었을까를 추론해보고 현장상황을 하나의 그림처럼 그려보면서 진술하는 말이 실제로 가능한지를 살펴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6.jpg


한편 변호사는 의뢰인에 대한 면담과 질문이 가능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의뢰인의 진술이 사실인지에 대한 다각도의 판단이 가능하겠지요.(자신의 변호인에게 사실대로 이야기하지 않는 일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입니다. 실제 있었던 일을 알아야 도와줄 수 있습니다) 또한 변호사는 반대 당사자 혹은 중요한 증인에 대한 증인신문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들에 대한 질문을 통해서 그들이 거짓말 하고 있는 지점을 드러내고 그들이 실제로 겪은 일을 진술하도록 증인을 신문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때, 진술분석과 연관된 SCAN 기법 혹은 인지면담이라는 기법을 참조한 질문기술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프로빙 (probing)이라 합니다. 프로빙이란 보다 분명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얻기 위한 추가 질문(Follow-up questions)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개방형 질문에서 시작하여 폐쇄형 질문으로 점점 압박(?)을 가하는 것입니다.

개방형 질문이란 포괄적인 답변을 이끌어 내는 질문으로서 예를 들면 “그 차에 대해서 가능한 자세히 묘사해 주세요”라고 물어보는 것입니다. 질문은 이렇게 개방형 질문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합니다.

폐쇄형 질문이란 관련 주제에 대해서만 서술하도록 질문의 범위를 좁혀서 질문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그 승용차는 무슨 색이었나요?”와 같은 질문입니다. 개방형 질문을 통해서 포괄적이고 상세한 답변을 이끌어 낼 수 있지만 사건과 관련하여 중요한 세부내용을 직접 확인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개방적 질문 이후 폐쇄형 질문을 통해서 더욱 구체적인 정보를 확인합니다. 그러나 폐쇄형 질문은 조사자가 듣고자 하는 정보를 진술인에게 누출할 수도 있고 이로 인해 진술인이 거짓으로 답변하는 것이 용이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질문 방식과 순서(시간순서를 바꾼다든지, 주제를 왔다갔다해가며 질문을 한다든지)를 다양하게 하는 것이 효과적인 질문의 기술일 수 있습니다.


한편, 특정한 답변에 대한 암시를 주는 유도질문(“범인 키가 컸나요?”), 객관적인 사실과 반하는 것을 전제하거나 사실과 다른 방향으로 진술을 유도하는 오도질문(때린 적 없는데, “아들이 오니까 폭행을 중단한 것이지요?”), 하나의 질문에 두 가지 이상의 사항을 답변하도록 함으로써 혼란을 일으키는 복합질문(“그 사람을 보았나요? 서있었나요?”), 답변자가 알지 못할 것이라는 질문자의 기대가 전달되는 부정질문(“누가 했는지 모르지요”) 등의 질문은 적절한 답변을 획득하는데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질문들입니다.

앞서 살펴본 것을 포함하여 다양한 이론들을 기반으로 범죄사건 유형별로 진술서와 진술조서에서 나타나는 특징들을 분석하고 공판증인신문 등에서 이를 활용할 때 질문 방식과 순서를 어떻게 하는 것이 효과적일까에 대해서 토론하는 실습시간도 함께 이루어졌는데요. 변호업무를 하면서 실제로 부딪히는 사건들에 대해서 실무적으로 질문하고 토론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